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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기어 시승기

[PREVIEW] 영국 전통스타일에 40마력을 더하다. 재규어 'XKR-S'



새로운 스포츠카의 출시는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가슴을 뛰게 만듭니다. 그 차를 도로에서 마주치기라도 하면 시선을 뗄 수 없을 정도지요.
배기량 5000cc,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에 도달하는 시간이 5초 이내 등 스포츠카나 슈퍼카에 대한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그 생김새 자체로 구분하는 것이 어떤 기준보다도 더 적합할 것입니다. 특히 자동차에 대한 상식이 전혀 없는 사람이라도 자체에서 풍기는 이미지만으로도 그 차가 스포츠카인지 알아챌 수 있습니다.

재규어의 XKR 시리즈는 클래식카를 선호하는 사람과 현대적인 스포츠카를 선호하는 사람들을 모두 사로잡을만큼 독특하고, 매력적인 디자인을 갖추고 있습니다. 다른 재규어 차량의 뒷면에 있는 재규어 로고는 정지했지만 마치 XKR에 있는 로고는 금방이라도 뛸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XKR의 첫인상은 사람들이 쉽게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깍아지듯 날카로운 선도 아니고, 유선형도 아닌 이 차량읭 디자인은 기존 스포츠카의 디자인과 다른 독특한 디자인 감성이 적용돼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전조등이나 측면부는 엉성해보이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놀라지 마시기 바랍니다. XKR은 교차로 정지선에 멈췄을 때, 옆에 있는 차들을 못난이들로 만들어버리는 능력이 있습니다. 그리고 유행과는 전혀 다른 선을 적용한 XKR의 디자인은 보는 사람을 빠져들게 만듭니다. 마치 잘 만들어진 영국 명품 구두처럼 말입니다.  

물론 XKR를 성능만 가지고 판단할 경우 좋은 평가를 받기는 어렵습니다. 2억이 넘는 가격은 메르세데스벤츠 E63 AMG를 구입하고 ML-350 한대를 더 구입할 수 있는 가격입니다. 리터당 6.8km의 공인연비는 1만km만 주행해도 300만원 이상의 유류비가 청구되며, 약 1500만원의 취등록세와 보험료를 합하면 서울 시내 아파트 전세 가격이 됩니다.

이 때문에 XKR-S를 소유할 수 있는 사람은 매우 한정적입니다. 비슷한 가격의 메르세데스벤츠 SLS 경우에도 1년에 10여대 전후로 판매가 이뤄집니다.
유지비도 감안해야하고, 사실상 2인이 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예산이 있더라도 쉽게 구입결정을 내릴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여러대의 자동차 컬렉션 중 하나로 들어갔다가


하지만 XKR의 디자인과 엔진음에 마음을 빼앗겼다면, 물론 차량 가격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면 구매로 이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 XKR이 아니라 포르쉐 911터보나 람보르기니 가야르도도 한눈에 반해버리면 어쩔 수 없습니다. 이 정도 차량을 구입하는 오너들은 남들보다 고액의 수입을 보장받지만, 고급차를 구입하기 위해 나름대로 재정애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수익이 높아지면 씀씀이도 그만큼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또 구입했다가 금방 싫증을 내서 큰 손해를 보고 판매하는 일도 꽤 자주 벌어집니다.

아쉽게도 높은 가격과 유지비 때문에 대부분 사람들이 XKR-S를 드림카로 남겨놓을 수 밖에 없지만, 다행히 이런 차들은 감가상각도 가격만큼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안사는 것이 돈을 버는 일이기도 합니다. :) 차량을 건네받고 시동을 거는 순간 중고차 가격은 급속히 하락하기 때문입니다.


새롭게 국내 출시되는 XKR-S 컨버터블은 기존 출시된 쿠페와 같이 550마력, 69.4kg.m 토크를 발휘하는 5000cc V8 엔진이 탑재되며 공인연비는 리터당 6.8km입니다. 변속기는 자동 6단이 적용되는데 최근 BMW 3시리즈에도 8단이 적용되는 것을 감안하면 아쉬운 구성입니다. 4인이 탑승할 수 있게 2열도 좌석이 있지만, 다른 스포츠카와 마찬가지로 2열은 장식용 또는 평소에 마음에 안드는 사람을 태우는 용도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최근 패밀리룩을 적용한 XF와 XJ와 달리 XKR은 재규어 로고만 같을 뿐 전면과 후면 모두 독창적인 디자인이 적용돼 있습니다. 전면 타원형 그릴과 양쪽 끝에 붙어 있는 전조등은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을 추구하는 다른 재규어 차량에 비해 전통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XKR-S는 최저 지상고가 10cm에 불과해 스포츠카 기분을 제대로 낼 수 있습니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에 도달하는 시간은 4.4초로 경량 로드스터들보다 더 빠릅니다.


재규어 라인업은 3가지 모델로 구성돼 있으며, 중형차급의 XF, 대형차 XJ와 함께 XK는 스포츠카 라인업입니다.
여기에 XK는 기본형인 XK, XK 포트폴리오, XK 스페셜에디션, 고성능 모델 XKR 5개 모델로 구분되며, XKR-S는 고성능 모델인 R(510마력)에 출력이 40마력 추가돼 550마력을 발휘하는 최상위 모델입니다. 국내에는 R모델과 XKR-S 두가지만 판매됩니다.  


재규어에서는 XKR-S를 50년 재규어 역사를 집대성한 모델로, 당장 트랙에 올려놓을 수 있는 차량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실제 주행성능은 장기간 테스트를 통해 이뤄져야겠지만 기존 XF-R을 고려할 때, 차체가 엔진을 감당하기에는 부족하기 때문에 최대한 성능을 뽑아내는 것은 최적의 도로상황과 상당히 숙련된 운전자만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각적인 아름다움도 무시할 수 없지요. 조금 과장하자면 이 정도 급의 차량을 원하는 사람은 성능을 넘어선 예술품의 경지까지를 기대합니다. 차고에 세워놓고 한밤중에도 생각이나서 쓰다듬고 가는 그런 수준의 차량을 원하는 것이지요.


요사이 유행하는 뒷태 모습인데, 이 사진보다는 실물이 훨씬 아름답습니다.


최근 자동차 업체들이 앞다퉈 상시 LED를 적용하고 있는데, 눈 수술에 실패한 것처러 보이는 차량도 있습니다. 다행히 XKR-S는 아래쪽과 측면에만 LED를 적용해 의도적인 절제를 한 흔적이 보입니다.


머플러팁과 주변부도 잘 마무리 되어 있습니다.


스포츠카와 컨버터블의 조합은 최고 입니다. XKR-S은 소프트톱 컨버터블로 17초만에 열리고, 닫힙니다.


과하지도 않고 덜하지도 않은 센터페시아입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너무 XF와 유사하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XF 운전자들은 좋아하겠만요.
최상위 모델을 위한 배려가 어느정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계기판은 전면 LCD 대신 속도계와 RPM 사이에 LCD 화면이 적용되어 있습니다. 다음 모델에서는 전면 LCD로 바뀔 가능성이 높습니다.


경주용 형태 시트는 어께와 허리를 고속주행에도 잘 잡아줄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가죽의 마감이 상당히 고급스럽습니다.


공조부문 버튼 수는 딱 필요한 부분만큼만 배치되어 있으며, 인포테인먼트 조작은 운전대에 있는 휠 버튼이나 터치스크린을 이용해서 조작이 가능합니다.
다른 재규어 모델들과 마찬가지로 B&W(Bowers & Wilkins) 스피커 시스템을 장착해 입체적이고 생동감 있는 서라운드 음향을 제공해줍니다. 재규어 모델들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입니다.


재규어는 차량에 탑재되는 수제가죽시트는 다른 자동차 오너들이 부러워 하는 부분입니다. 이런 부분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촉감과 냄새로 다름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실제 모습은 어떨까요? 대부분 자동차 경우 공식사진에 아주 많은 공을 들이기 때문에 실제 차량과 느낌이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일부 차는 모든 부분에 조명과 수정작업을 통해 전혀 다른 차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TV나 잡지에는 아주 멋지게 나오는 연예인이 실제로 보면 기대만큼은 아닌 경우 또는 소개팅 주선자가 던져주는 사진을 통해서 누구나 한두번씩 경험해봤을 것입니다.

하지만 XKR-S는 실물이 더 멋진 차입니다.


내부는 다른 재규어 차량과 마찬가지로 가죽으로 대부분이 마감돼 있습니다. 동물보호론자들의 지탄을 피할 수는 없겠지만, 내부의 많은 부분이 가죽으로 되어 있어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만들어 줍니다.


좌석 조작 등은 기존 재규어 모델들과 거의 비슷하며 통풍시트 등 기능도 적용됐습니다. 차량 가격이 2억이 넘으니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기능이 적용돼야겠지요.


버튼 재질과 마감은 수입차를 통틀어서 매우 만족스러운 수준입니다. XF의 실내가 얼마나 좋은지 다시한번 돌아보게 만드는 사진입니다. 센터페시아 배치도 기존 재규어 차량을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바로 적응할 수 있을 만큼 비슷한 구도입니다.


시동을 걸면 위로 튀어나오는 원통형 기어조작레버입니다. 야간에는 코발트색 빛을 내면서 나오는 것이 매우 인상적인데, XKR-S도 같은 색을 채택했는지는 확인해보지 못했습니다. 금속과 유광 플라스틱 케이스, 무광 버튼, 양쪽의 붉은실로 마감되어 있는 가죽 시트 등 XKR-S에 적용된 내장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사진입니다. 같은 플라스틱이라도 이렇게 고급스럽게 만들어질 수 있군요. 최근 자동차 업체들이 원가절감으로 화학약품 냄새 가득한 플라스틱 재질을 사용하는데 차라리 다른 곳의 비용을 줄이더라도 내장재에는 투자를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운전자 뿐 아니라 유아나 어린이, 화학약품에 민감한 노인과 여성들을 위해서라도 차급을 떠나서 최근 내장재의 품질저하는 문제를 야기할 수 있을만큼 심각합니다.


스티어링 휠은 3포크 타입으로, XF와 비슷한 구성입니다. 이부분은 RS로고 이외에도 좀 차별화해 줬으면 하는데 아쉬운 부분이군요.


스포츠카가 지나가면 그 차의 디자인에도 호감을 보이지만 안에 누가 탔는지에도 시선이 집중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대부분 스포츠카에는 전혀 상상과 다른 사람들이 타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


3세대 AJ-V8 수퍼차져 가솔린 엔진은 스프레이형 직분사(SGDI) 방식이 적용됐습니다. 엔진룸은 반대로 열립니다.  멋지긴 하지만 수리도 힘들고, 전면 접촉사고가 나서 앞부분 힌지 부분이 다친다면 그야말로 대형사고가 나겠군요. 엔진룸은 각 부품이 잘 마감되어 있습니다.


스포츠카는 젊음, 역동성을 상징합니다. 어떻게 보면 그 자체가 주는 주행성능보다 스포츠카가 주는 느낌을 만끽하기 위해서 모두들 드림카로 꼽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판매량이 두 자릿수를 넘기기 어려운 럭셔리 쿠페 부문이기 때문에 국내 시장에도 XKR-S의 판매는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제조사 입장에서는 자사의 럭셔리한 이미지를 끌어내는데 한 몫할 수 있고, 한정된 고객층이 알아서 구매문의를 하기 때문에 판매에 대한 부담도 덜한 평입니다.


최근 재규어랜드로버의 행보는 놀랄만합니다. 지난해 2399대를 판매했으며, 올해는 3000대 이상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수입차 시장에서 목소리가 크지 않았던 재규어랜드로버가 최근 급성장한 이유는 수입차 시장의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그동안 '내수차 이외의 차량=수입차'로 분류됐던 것과 달리 수입차 시장이 확대되면서 독일차 업체가 중심이되는 프리미엄 브랜드와 미국과 일본 업체들이 중심이 되는 일반 브랜드로 구분되는 변화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또, 메르세데스벤츠, BMW, 렉서스 판매가 확대되면서 기존 럭셔리 브랜드를  선호했던 계층이 다른 브랜드로 옮겨가고 있고, 그 수혜를 포르쉐와 함께 재규어랜드로버가 고스란히 받았습니다. 이미 대중브랜드가 되어 버린
때 마침 보수적인 디자인을 버리고 신형 XJ와 이보크와 같이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는 신모델이 출시된 것은 판매를 늘려주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XKR-S는 어떻게 보면 재규어랜드로버의 마지막 자존심일 수 있습니다. 시대를 앞서간 1세대 디자인의 기본을 유지하면서 지금까지 이어가는 것은, 포드와 타타를 거치면서 전통을 완전히 버리고 새롭게 시작해야했던 XJ와 XF 대신, XKR만은 포기할 수 없다는 의지로 보입니다. 물론 재규어가 기존 디자인을 그대로 고집했더라면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었기 때문에, 결국 재규어 입장에서는 새출발이 더 긍정적으로 작용했습니다.

XKR-S는 재규어 전통을 계승한 럭셔리 스포츠카를 표방하고 있습니다. 람보르기니와 같은 경우 성능면에서 더 좋은차로 평가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희끗희끗한 백발을 휘날리며 노년의 신사가 타는 모습은 상상이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포르쉐나 XKR-S 경우에는 젊은층 뿐 아니라 지긋한 나이의 노신사가 타도 어울리는 디자인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디자인이 좋다 또는 나쁘다와는 전혀 별개의 문제입니다. 좋고 나쁨보다는 전통성과 관련이 더 크기 때문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시승기를 통해 전해드리겠습니다.

- 오토기어

차명 : XKR-S 컨버터블 
브랜드 :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엔진 : 5000cc 550마력, 69.4kg.m
연비 : 6.8km/l
크기 : 4780 X 1890 X 1330 mm
무게 : 1900kg
가격 : 2억2350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