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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기어 시승기

유니크한 디자인, 뛰어난 밸런스의 소형 스포츠 쿠페 - 푸조 RCZ 1.6THP




푸조에 대한 호불호는 개인에 따라 극명하게 나뉩니다. 실용적인 컨셉과 푸조 특유의 감각적인 핸들링, 개성 있는 외형 디자인을 선호하는 사람들에게는 '매력적이고 실속 있는 수입차'라는 인정을 받고 있지만 보다 일반적이면서 편안한 성향의 수입차를 선호하는 사람들에게는 '뭔가 어색한 외형'에 '실내 구성도 불편'한 수입차로 도외시하는 경향이 큽니다. 하지만 이번 시승기에서 소개해 드릴 푸조 RCZ라면 '푸조를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이든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이든' 간에 한번쯤은 관심 있게 볼만큼 특별하고 유니크한 차량입니다.


RCZ는 푸조가 2007년 프랑크프루트 모터쇼에서 공개한 컨셉트카를 기본으로 한 양산 스포츠 쿠페입니다. 일반적으로 컨셉트카와 양산 모델간의 괴리는 '전혀 새로운 차'라는 생각이 들만큼 큽니다만, RCZ는 아우디 R8처럼 '컨셉트카 그대로 출시되었다'고 표현할 수 있을만큼 과감하고 유니크한 외형 디자인으로 큰 화제가 된바 있습니다.


물론 국내 시장에서 RCZ의 인기는 한마디로 바닥을 치고 있습니다. 월 판매량은 10대가 채 되지 못하기 때문에 일반 도로에서 RCZ를 구경하기란 그야말로 '수퍼카를 보기보다 어려운 수준'입니다. 인기를 끌지 못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배기량 대비 가격이 너무 비싼데다 RCZ에 대한 홍보가 거의 전무하다시피 하기 때문입니다. 일반 사람들은 푸조에 RCZ와 같은 모델이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하며 매장을 들러 RCZ라는 모델이 있다는 사실을 안 사람들도 '생각보다 비싼' 가격을 듣고는 이내 관심을 거두어 버리기 때문입니다.


푸조 RCZ는 2리터 디젤 터보 엔진을 탑재한 HDi 모델과 1.6리터 4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을 탑재한 1.6THP 모델이 있습니다. 1.6THP 모델은 자동 변속기 모델과 수동 변속기 모델로 나뉘며 자동 변속기 모델은 최고 156마력, 최대 24.5kg.m 토크를 내지만 수동 변속기 모델의 경우 최고 200마력, 최대 28kgkg.m의 토크를 냅니다. 운전의 재미를 극대화한 모델인만큼 수동 변속기 모델의 성능을 보다 적극적으로 셋팅하여 마니아층에게 어필하겠다는 의도입니다. 정지 상태에서 100km/h 도달 시간은 자동 변속기 모델이 8.4초, 수동 변속기 모델이 7.5초입니다. 배기량 대비 우수한 성능이기는 합니다만 2리터급 이상의 고성능 스포츠 쿠페와 비교하면 배기량의 한계가 느껴지는 성능이기도 합니다. 최고 속도는 자동 변속기 모델이 235km/h, 수동 변속기 모델이 237km/h로 스포츠 쿠페라는 명칭에 부끄럼 없는 제원입니다. 판매 가격은 1.6리터 자동 변속기 모델이 5610만원, 수동 변속기를 탑재한 다이나미끄 모델이 5950만원입니다.


외형 디자인을 보겠습니다. RCZ의 외형 사이즈는 길이 4287mm, 폭 1845mm, 높이 1360mm이며 휠베이스는 2612mm, 공차 무게는 1350kg입니다. 아우디 TT 쿠페의 경우 길이 4178mm, 폭 1842mm, 높이 1353mm이고 휠베이스가 2468mm이니 RCZ가 TT에 비해 전반적으로 약간씩 크게 제작되어 있습니다. 반면 공차 무게는 TT보다 80kg 가볍습니다.


푸조 RCZ의 외형은 한마디로 스포츠 쿠페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스타일을 보여줍니다. 일반 사용자들의 경우 주변의 시선을 집중시킬만큼 멋진 디자인을 갖춘 차량에 대해 '포스가 느껴진다'는 표현을 자주 사용하죠. 이면에서 RCZ의 외형은 포르쉐 911을 비롯해 어지간한 정통 스포츠카 옆에서도 기죽지 않을만큼 당당한 포스(?)를 자랑합니다.


푸조 특유의 페밀리룩인 펠린룩에 대해 호감을 나타내는 사람들도 많지만 강한 비호감을 나타내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데요, RCZ는 푸조 특유의 패밀리룩을 잘 소화하면서 기하학적인 선과 과감한 터치가 잘 녹아 있어 '푸조이면서도 전혀 푸조답지 않은 신선한 느낌'을 줍니다.


전체적인 실루엣은 아우디 TT와 비슷합니다만 실제 차량을 놓고 비교해보면 RCZ의 밸런스가 아우디 TT보다 더 안정적으로 느껴지며 루프를 타고 후면으로 흐르는 곡선이 아우디 TT보다 공격적입니다. 국내에서 비주류(?)에 속하는 푸조 브랜드의 차량이 아니라 메르세데스 벤츠, BMW 등 메이저 브랜드를 달았다면 20대 젊은층으로부터 폭발적인 호응을 얻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군요.


푸조를 대표하는 펠린룩 디자인의 전면부입니다. 펠린은 고양이과 동물을 의미하는데요, 고양이과 동물의 날렵하면서 우아한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이라고 푸조측은 밝힙니다. 푸조의 다른 모델들은 몰라도 RCZ의 펠린룩은 날렵하게 먹이를 쫒는 야생 고양이과 맹수를 떠올리게 할만큼 공격적이면서 개성적입니다.

아쉬운 부분은 라디에이터 그릴부의 디자인까지 기존 푸조 패밀루룩을 적용하였다는 점인데요, 미려하게 흐르는 곡선과 뛰어난 밸런스가 다소 뭉뚝한 하단부에서 끊어지는 것 같아 개인적으로 매우 아쉽습니다. 패밀리룩을 일부 포기하더라도 이 부분을 보다 날렵하고 엣지 있게 다듬었다면 RCZ만의 감각적인 룩이 완성되었을텐데요.


RCZ 디자인에서 가장 특징적인 부분은 가운데 부분이 굴곡져 있는 루프와 후면 글라스 부분입니다. 일반적으로 양산차에서 한번도 본 적이 없는 형태입니다. 루프 좌우 부분이 불룩하게 솟아 있고 가운데 부분은 부드러운 곡면으로 굴곡져 있는 형태로 푸조측에 따르면 공기 역학적으로 최상의 효율을 내며 외형적으로도 아름다움을 한층 높여주는 요소라고 설명합니다.


후측면에서 보면 유니크한 루프의 개성이 더욱 극대화됩니다. 루프만이 아니라 후면 글라스까지 가운데 부분을 중심으로 불륵하게 솟아 있는 볼륨면이 트랙 위를 달리는 경주차를 보는듯한 감성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세심하게 설계된 바디와 더블 버블 라인의 루프 설계로 인해 공기 저항 계수를 0.32까지 낮출 수 있었다고 푸조측은 힘주어 자랑합니다.


일반적으로 소형 스포츠 쿠페 대부분이 루프선이 트렁크 끝 부분까지 연장되어 마치 해치백과 비슷한 라인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RCZ는 낮고 리듬감 있는 곡선의 루프가 차체의 정 중앙에 얹어져 있는 형태인데다 후면 트렁크 라인도 확실하게 살아 있어 해치백을 닮은 소형 스포츠 쿠페와 명확한 구분점을 제시합니다. 떄문에 측면 라인에서 완벽에 가까운 밸런스를 갖춘 포르쉐 박스터의 실루엣이 엿보이도 합니다.


후면부 디자인입니다. 극도로 짧은 오버행과 후면 펜다를 감싸는 리어램프, 두툼하게 펼쳐져 있는 범퍼 및 디퓨저, 존재감이 확실한 배기 파이프 등 전반적으로 스포츠 쿠페의 감성을 훌륭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RCZ 후미에서 시선을 끄는 부분은 2단계로 펼쳐지는 리어스포일러입니다. 트렁크 상단에 고정 타입으로 부작된 형태와 달리 아우디 R8, TT 등에 적용하여 큰 재미를 본 가변식이며 2 단계의 각도로 조절됩니다.


루프 좌우를 감싸고 있는 알루미늄 아치는 RCZ 디자인의 핵심으로 먼 곳에서도 존재감을 확실하게 나타내줍니다. 날렵한 각도로 시원하게 뻗어 있는 루프 선과 리듬감이 느껴지는 도어 하단의 선, 포인트 역할을 하는 사이드 미러가 스포츠 쿠페다운 개성을 확실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기본 제공되는 휠입니다. V 스포크 형태의 19인치 휠이 기본 제공됩니다. 스포츠 쿠페라고는 하지만 1.6리터 소배기량임을 감안하면 분에 넘치는 구성입니다. 사이즈만 큰게 아니라 디자인도 여느 명품휠 못지 않게 고급스럽고 멋지기 때문에 RCZ 구입자라면 휠튜닝에 대한 욕구는 전혀 들지 않을만합니다. 그동안 외형적인 멋보다 실용성을 추구해온 푸조임을 감안하면 RCZ의 디자인, 기본 구성 등은 '파격적'이라는 표현을 사용할 수 있을만합니다. 푸조 RCZ에는 타이어 펑크시에도 최고 80km 속도로 약 100km 정도의 거리를 주행할 수 있는 런플랫 타이어가 기본 제공됩니다. 떄문에 예비 타이어는 기본 제공되지 않습니다. 타이어 제원은 235/40 R19이며 전륜과 후륜이 동일합니다.


후미 오버행이 극단적으로 짧은데다 19인치 휠이 휠하우스를 가득 메우고 있습니다. 때문에 측면에서 보면 운전석이 전륜과 후륜 정중앙에 위치한 것처럼 보입니다. 실제로 RCZ는 현재까지 출시된 소형 스포스쿠페 가운데 최상의 밸런스를 보여주었는데요, 이 점과 관련해서는 성능 부분에서 좀 더 자세하게 언급하도록 하겠습니다.


사이드 미러 각도에서 본 후미입니다. 사이드 미러를 통해 후면 펜다를 타고 역동적으로 흐르는 곡선미를 만끽할 수 있다는 점도 RVZ 디자인에서 돋보이는 구성입니다.


실내 인테리어를 살펴보겠습니다. 푸조 차량은 화려함보다는 심플한 스타일의 실내 구성을 특징으로 합니다. 겉치례 없고 실용적인 특성의 프랑스 국민 특성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고 할까요? 화려하고 특징적인 인테리어를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코드와는 다소 맞지 않는 부분입니다.


처음 차에 오르면 푸조답지 않게(?) 스태치 마감의 가죽 마감재로 데쉬보드를 둘러 놓아 사뭇 놀라게 되는데요, 자세히 보니 천연 가죽이 아닌, 가죽 질감을 흉내낸 우레탄 마감재입니다. 뉴SM7, 알페온 등에서 사용된 마감 기법이며 보다 저렴한 재질로 고급스러운 시각 효과를 낸다는 점에서 환영할만한 부분입니다.


푸조 차량에 거의 공통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3스포크 타입의 스티어링휠의 모습입니다만, 스포츠 쿠페답게 D컷 스타일을 적용, 스포티한 느낌을 강조하였습니다. 특히 양손을 잡는 부분을 두툼하게 하여 좋은 그립감을 제공합니다. 상단 스포크에 리모트 콘트롤 버튼 구성이 없는 단순한 구성입니다.


등화 장치 조작 레버와 크르주 콘트롤 조작 레버입니다. 일반 유럽 브랜드의 다이얼 방식과는 다른 일반 레버 조작 방식입니다. 하단에는 크루즈 콘트롤 조작 레버가 위치합니다.


윈도우 와이퍼 조작 레버와 오디오 리모트 콘트롤의 모습입니다. 리모트 콘트롤은 르노 삼성 차량과 비슷한 형태입니다.


계기판은 깔끔하지만 별다른 특장점이 없는 평범한 스타일입니다. 전반적으로 크게 거슬리는 부분이 없으며 계기판 시안성도 무난한 편입니다. 미래지향적인 외형 디자인에 비해 다소 복고적인 분위기로 감흥을 깬다고나 할까요? 젊은 오너층에게 어필하기 위해서는 좀 더 첨단 요소들을 포함한 스타일로 다듬을 필요가 있어보입니다.


센터페시아 중앙부 구성입니다. 상단에 7인치 모니터가 중심을 잡고 있고 그 아래로 에어컨디셔너 통풍구가 위치하며 오디오 패널, 에어컨디셔너 패널 순으로 배치되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푸조 차량에서 볼 수 있는 특징 그대로입니다.


에어컨디셔너 통풍구 중앙에 큼지막한 아날로그 시계를 배치하여 실내 인테리어 감성을 높였습니다. 근래 본 차량용 시계로는 가장 마음에 드는 디자인입니다.


네비게이션은 순정품이 아닌 애프터마켓용 제품입니다. 통풍구 윗부분에 레진으로 제작하고 지니맵을 사용하는 7인치 네비게이션을 넣은 형태로 푸조 대부분의 모델에 적용된 형식입니다. 이렇게라도 네비게이션을 제공하는 것은 다행이지만, 순정 오디오와 연동성이 떨어지는데다 차량 내부 디자인의 흐름을 깨는 에프터마켓용 네비게이션은 원래 모델이 지닌 가치를 깎아 먹는 부분이 아닐 수 없습니다.


기본 오디오도 5000만원 중반대의 최신 모델로는 다소 깨는군요. 1딘 스타일로 디자인도 엉성하고 버튼 구성도 조잡한데다 성능도 차량 가격에 어울리는 수준이 못됩니다. 오디오 아래로는 에어컨디셔너 패널이 위치합니다. 온도, 바람 방향 등을 쉽게 조작할 수 있는 직관적인 구성이지만 이 부분 역시 고급스러운 느낌은 주지 않습니다.


사이드 브레이크 옆으로는 12V DC 아웃 단자와 가변 리어스포일러 작동 버튼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리어스포일러는 2단계로 작동합니다.


암레스트부의 모습입니다. 제법 큼지막한 사이즈라 편하게 팔을 걸칠 수 있습니다.


암레스트 내부의 수납함입니다. 수납함 구성은 그리 실용적이지 않습니다. 수납함 내부에도 12V DC아웃 단자를 배치하였습니다.


글로브 박스 안쪽의 수납함입니다. 기대보다 쓸모 있는 구성을 갖추고 있습니다.


스티어링휠 왼쪽 하단에도 작은 수납 공간이 마련되어 있습니다만, 그다지 쓸모 없는 구성입니다.


버켓 타입의 시트입니다. 전동 방식이며 메모리 기능을 갖추고 있습니다. 시트는 운전자의 몸을 잘 지지해주며 적당한 쿠션감을 갖추고 있어 만족도가 높은 편입니다. 가죽 질감이나 디자인 면에서도 불만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열선 기능은 다이얼 방식으로 조절됩니다.


2열 시트가 있기는 합니다만, 2+2 개념입니다. 미취학 어린이라면 앉을 수 있는 공간이 되겠지만 청소년 및 성인들은 정상적으로 앉을 수 있는 공간이 못됩니다. 쇼핑백, 가방 등을 놓을 수 있는 추가 수납 공간으로 이해하시면 되며 이 때문에 RCZ는 국내에서 4인승이 아닌 2인승 스포츠 쿠페로 분류됩니다.


눈부심 방지 기능이 적용된 후방 미러와 경고 표시 lcd창, 실내등의 모습입니다. 푸조 차량에서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구성입니다.


부드러운 곡선으로 굴곡져 있는 루프 디자인으로 인해 선루프는 제외되어 있습니다. 실내에서 보면 운전석과 조수석 루프가 불룩하게 솟아 있어 실내에서도 유니크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썬바이저 안쪽에 화장 거울과 조명을 넣어 여성 운전자를 배려하였습니다.


도어 안쪽의 마감입니다. 2도어 쿠페이기 때문에 도어는 길고 상당히 묵직합니다. 내부 마감은 최대한 심플하게 구성되어 있으며 차량의 실내 구성과 무난한 조화를 이룹니다.


사이드 미러 조작 버튼 및 윈도우 조작 버튼부입니다.


소형 스포츠 쿠페 가운데서는 단연 돋보이는 트렁크입니다. 낮은 차체에 극도로 짧은 후륜 오버행으로 인해 트렁크 깊이는 낮은 편이지만 좌우가 넓고 측면부에 돌출부가 거의 없어 꽤 많은 짐을 수납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트렁크 바닥재를 들어내면 작은 트렁크 수리킷 및 작은 공구들을 넣을 수 있는 수납함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런플랫 타이어를 기본 제공 하는 RCZ에 예비 타이어는 제외되어 있습니다.


다음은 성능 부분을 점검해볼 차례입니다. 시승모델은 1.6리터 4기통 가솔린 직분사 터보 엔진을 장착하고 있습니다. 이 엔진은 최고 156마력을 5800RPM에서 내고 최대 24.5kg.m 토크를 1400RPM의 낮은 영역에서부터 5000RPM까지 유지합니다. 참고로 동일 배기량의 수동 변속기 모델의 경우 최고 200마력, 최대 28kgkg.m의 보다 적극적인 출력을 냅니다. 이 엔진은 푸조-시트로엥과 BMW가 공동으로 개발한 엔진으로 BMW 미니 시리즈에도 다양한 형태로 탑재되고 있습니다. 다만 미니쿠퍼S의 최고 175마력/6000rpm, 최대 24.5kg.m/1600~5000rpm 토크에는 미치지 못하는 출력입니다.


최근 국산 차량 중에서도 터보차저를 사용하여 배기량당 100마력 이상의 고출력을 쉽게 뽑아내고 있는 시점이기 때문에 단순히 제원만 놓고 보면 특별할게 없지만 공차 무게 1350kg으로 차체 사이즈 대비 경량 설계를 자랑하는 RCZ의 심장으로는 부족함 없는 힘을 발휘합니다. 특히 최대 24.5kg.m 토크가 1400rpm의 낮은 영역에서부터 터져나오기 때문에 거의 전영역에서 힘의 부족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정지상태에서 100km/h 도달 시간은 8.4초이며 제원상 최고 속도는 235km/h로 배기량 대비 녹녹치 않은 달리기 성능을 갖추고 있습니다.


초반 응답력도 제법 빠르지만 시속 140km 구간까지는 배기량에서 기대되는 수준을 훨씬 상회합니다. 180km/h까지 꾸준히 상승하는 속도는 200km/h에 도달하면서 둔화되기 시작하며 이후부터는 제법 숨고르기를 하면서 천천히 속도를 올립니다만, 1.6리터 소형 엔진을 탑재한 차량 가운데는 탑클래스에 해당하는 주행 성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아주 만족할만한 출력을 제공한다고 표현하기도 어렵습니다. 전영역에서 힘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습니다만, 각 영역에서 최대치를 끌어 올려 내는 것같은 타이트한 느낌이 드는 것은 분명 저배기량 엔진의 한계입니다.

엔진 성능보다도 인상적인 부분은 스포티하게 전해지는 엔진 구동음입니다. 최근들어 젊은층을 중심으로 엔진에서 나는 소리도 하나의 '사운드'라는 인식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메르세데스 벤츠, BMW의 고출력 모델들을 비롯하여 정통 스포츠카 브랜드들은 감성적인 엔진 사운드를 만들어내기 위해 많은 비용과 노력을 투입하기도 합니다. RCZ의 엔진 구동음은 일반적인 4기통 소배기량 엔진이 내는 소음과는 상당히 차별화된 소리를 들려줍니다. 물론 대배기량 스포츠카에서 나오는 묵직한 배기음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현존하는 4기통 가솔린 엔진 가운데서는 가장 듣기 좋고 멋진 배기음을 낸다고 할 수 있을만합니다. 가볍지도, 그렇다고 무겁지도 않으면서 회전수에 맞춰 경쾌한 사운드를 내는 RCZ는 잘 만들어진 리듬처럼 운전자의 감성을 자극합니다.


푸조 RCZ의 공인 연비는 12.8km/l이며 연료 탱크 용량은 50리터입니다. 정체 구간을 포함한 시내와 적당한 흐름의 고속도로를 5:5 비율로 주행해본 결과 평균 9km/l 내외의 실연비를 나타냈습니다. 배기량 대비 출력을 감안하면 연비도 나쁘지 않은 수준이라 할 수 있습니다.


RCZ에는 수동 모드를 지원하는 자동 6단 변속기가 얹어져 있습니다. 하드한 드라이빙을 위한 스포츠 모드인 S, 수동 모드를 사용할 수 있는 M 모드, 미끄러운 도로 환경에 적합한 컴포트 모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S 버튼을 누르면 계기판에 S 표시가 점등되면서 자동 설정되어 1단 출발 및 D 모드에 비해 변속 타이밍을 고속 영역으로 변화시켜 보다 파워풀한 주행을 할 수 있습니다. 쉬프트 다운 시점에서 아쉬움이 느껴진다는 점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무난한 성능을 보여줍니다.

M 모드시에는 약 6200RPM까지 변속 타이밍을 늦출 수 있으며 운전자가 원하는 시점에 변속을 할 수 있어 보다 능동적인 차량 제어가 가능합니다. 물론 6200RPM을 넘어서면 자동으로 쉬프트업이 되면서 기어가 올라가며 고속에서 속도를 줄이면 역시 자동으로 쉬프트 다운이 되는 반수동 모드입니다.


RCZ를 가장 돋보이게 하는 부분이 바로 뛰어난 하체 성능입니다. 시승자는 RCZ의 하체 성능을 '동급 모델 가운데 최고'라고 주저 없이 꼽고 싶습니다. 스포츠 쿠페답게 서스펜션 스트로크가 짧고 앞뒤 오버행이 매우 짧은데다 댐핑(진동을 줄여주는 장치)도 매우 하드하게 셋팅되어 있습니다. 때문에 거친 노면이나 굴곡 같은 곳을 지날 때 운전자에게 노면의 상태가 그대로 전달됩니다. 그렇다고 승차감이 아주 딱딱하거나 퓨어 스포츠카처럼 불편하지도 않습니다.


RCZ의 서스펜션 구성은 다소 의외인데요, 전륜에는 맥퍼슨 스트럿 방식을 사용하지만 후륜에는 소형차 특히 보급형 모델에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토션빔 액슬 방식입니다. 그럼에도 RCZ는 매우 인상적인 하체 성능을 보여줍니다. 고속에서 차체를 안정적으로 제어하는 능력은 물론 급코너시 동일 셋팅의 전륜 구동 차량에서 강하게 나타나는 언더스티어 현상도 극도로 제어(코너 탈출시 발생하는 언더스티어 현상이 의도된 셋팅으로 느껴질만큼)되어 있습니다. 노면을 움켜쥐고 코너를 잡아나가는 능력은 어지간한 스포츠카에 밀리지 않을만큼 공격적입니다.
푸조의 자랑인 날카로운 핸들링도 RCZ에서 극대화 되어 있습니다. 스티어링휠은 타이트한 기어비로 움직임에 따라 차량이 예민하고 정교하게 반응합니다. 와인딩 도로에서 RCZ의 진가는 빛을 발합니다. 운전자의 의도를 정확하게 반영하면서 정교하고 안정적인 거동을 시종일관 유지하는 RCZ는 '운전의 재미'가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보여주는 '펀드라이빙 스포츠 쿠페의 진수'라 할만합니다. 누구나 기피하는 토션빔을 사용하여 이와 같은 하체 성능과 우수한 핸들링을 구현했다는 것은 그만큼 RCZ의 밸런스가 뛰어나다는 점을 반증합니다.


제동 성능면에서도 불만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아주 날카로운 답력을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차량 성능 대비 부족하지 않은, 딱 적당한 수준의 답력을 보여주었습니다. 급제동시 차체를 안정적으로 제어하는 부분에서도 평균 이상의 만족감을 제공합니다.


총평

긴말 하지 않겠습니다. RCZ는 펀드라이빙의 진수를 보여주는 푸조의 역작입니다. 동일한 엔진을 사용하고 있는 미니 쿠퍼S는 물론 비슷한 외형으로 비교 대상이 되고 있는 아우디 TT와 비교에서도 우위를 보인다고 할 수 있을만큼 뛰어난 밸런스를 갖추고 있습니다. 핸들링, 하체 성능만 놓고 본다면 4000~7000만원대의 스포츠 쿠페, 핫해치, 로드스터들 가운데 단연 '최고'라 평가하고 싶습니다. 만약 최고 200마력 중반대, 30kg.m 초반대의 토크를 내는 2리터급 터보 엔진을 달고 있었다면 시승자는 주저 없이 푸조 매장으로 달려가 RCZ를 구입하였을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뛰어난 밸런스, 뛰어난 핸들링, 우수한 하체 성능을 갖춘 스포츠 쿠페에 1.6리터 엔진을 얹어 '출력 갈증'을 유발시킨 푸조가 그저 야속할 따름입니다.


개선해야 할 부분

엔진 출력!!!을 한 열번은 외치고 싶군요. 보다 다이나믹한 성능으로 RCZ의 한계를 끌어낼 수 없다는 점이 매우 애석할 따름입니다. 현재의 RCZ가 1.6리터 소배기량 엔진을 탑재한 모델로는 수준급의 성능을 낸다고 볼 수 있지만 배기량의 한계가 분명한만큼 보다 강력한 성능의 엔진을 탑재한 상위 버전이 출시되었으면 합니다.

분명한 개성과 뛰어난 외형 디자인, 뛰어난 운전의 재미 등을 두루 갖춘 수작입니다만, 1.6리터 소배기량 엔진이 탑재된 소형 스포츠 쿠페로는 가격 부담이 너무 큽니다. 현재의 구성이라면 5000만원을 넘지 않는 선이 적당하다고 판단됩니다. 그 어떤 차량보다 운전의 재미를 만끽할 수 있는 모델인만큼 패들쉬프트의 부재도 아쉬운 부분입니다.

네비게이션 및 센터페시아 구성이 너무 구식입니다. 네비게이션은 에프터마켓용 제품으로 차량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따로놀며 센터페시아 역시 미래지향적인 외형 디자인과 달리 2000년 초반에 출시된 차량에서나 볼 수 있는 구닥다리 구성입니다. 세련된 외형 디자인에 걸맞는 감각적인 구성이 절실합니다. 한국형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도입할 수 있을만큼 국내 점유율이 높지 않은 상황이라면 적어도 네비게이션, DMB 등이 오디오와 연동되어 세부 기능 사용에 불편이 없도록 기본적인 조치는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어떤 오너들에게 어울릴까?

무시무시한 동력 성능으로 직진 구간에서 스프린터처럼 튀어나가는 스포츠 쿠페를 선호하는 사람들에게 RCZ는 '근거 없이 비싼 모델'에 불과할 것입니다. 하지만 스포츠 쿠페의 묘미는 직빨(?)보다 뛰어난 와인딩 성능에 있다고 믿는 사람이라면 RCZ가 제격입니다. 스티어링휠을 잡고 있는 운전자의 의도를 100% 가깝게 받아줄 수 있으며 뛰어난 밸런스와 탄탄한 하체로 '달리는 즐거움'을 한껏 선사하는 RCZ야 말로 '최고'라는 수식어가 부끄럽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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