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디젤 심장을 이식한 인피니티 'FX 30d'

 
 한국닛산이 아시아 최초로 '인피니티 FX 30d'를 국내 출시했습니다. 일본 자동차 업체들은 아직까지 국내에 디젤 모델을 출시한 적이 없기 때문에, 이번 FX30d는 일본 자동차 브랜드 중에 첫번째로 디젤 모델을 끊은 모델이라는 의미도 있습니다.
 인피니티 차량은 자동차 마니아들 사이에서도 성능면에서는 인정하는 훌륭한 차에 속합니다. 국내에서 프리미엄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배기량과 출력을 생각할 때 동급 차량에 비해 한단계 높은 성능을 제공합니다.
 하지만 반면 성능만큼 가솔린을 태워버리는 차량이라는 인식도 강합니다. 이 때문에 성능에 마음이 이끌려서 구입했다가 유지를 하지 못하고 단기간에 다른 차로 바꿔 버리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모델이기도 합니다.

 그동안 닛산은 주행성능 위주의 차량을 개발해 왔습니다. GT-R로 독일 뉘르브리링크 포르쉐 911의 랩타임을 갱신하고야 말정도로 주행성능면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만큼 엔니지어 정신으로 무장된 회사입니다.(물론 포르쉐는 그리 신경을 쓰는 것 같지 않지만요)

특히 인피니티라는 브랜드는 주행성능을 포기하지 않은 럭셔리 차량을 표방하고 있는 브랜드인만큼, 어떻게 보면 과도한 수준의 성능을 각 차량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앞서 M 시리즈 시승기에도 밝혔지만, 럭셔리 브랜드를 선호하는 사람들은 주행성능보다 브랜드 이미지와 디자인, 내장 부문에 더 많은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독일 럭셔리 브랜드 3사가 각 차종에 별도 고성능 모델을 운용하는 것을 보면(실제 AMG, M, S 등 고성능 모델의 판매대수는 전체 판매량을 볼 때 일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대부분 럭셔리 차량 구매자들의 성향이 어떤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인피니티 입장에서는 비슷한 가격의 차량에 대해서 성능 부분의 장점을 앞세우고 싶겠지만, 자동차는 브랜드, 디자인, 성능, 편의성 등 복잡 다양한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연계돼 상품성으로 귀결되고, 그 상품성은 판매량으로 대변됩니다. 특히 중고차 가격을 보면 인피니티가 추구하는 방향이 대중과는 조금 떨어져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할 것 입니다.

아무튼 인피니티는 기존으 '잘 달리기는 하지만, 기름 많이 먹는 차'라는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서 디젤 모델 도입이라는 강수를 뒀습니다.
 FX30d는 기존 출시된 FX35와 FX50에서 일부 디자인을 변경하고 디젤 엔진을 얹어 연비를 30%나 높인 모델입니다. 하지만 연비가 30%나 높아진 것이 불과 10km/l를 넘겼을 뿐(10km/l)입니다. 기존 FX시리즈들이 워낙 낮은 연비를 기록했기 때문에, FX30d가 % 상으로는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절대적인 연비는 여전히 경쟁자들에 비해 큰 강점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FX 가솔린 모델은 지난해 불과 50여대가 판매됐습니다.

이 때문에 FX 시리즈의 구원투수로 인피니티가 FX 30d를 아시아 최초로 투입한 것입니다. 인피니티는 경쟁모델로 BMW X5, X6 디젤 모델을 꼽고 있으며, 이들 차량에 비해 가격적인 면이나 성능에서 우수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인피니티 FX30d
가격 8130만원. 2993cc V6 디젤, 238마력/3750rpm,  56.1kg.m/1750~2500rpm, 연비 10.2km/l, 최고안전속도 212km/h

 전체적인 디자인의 변화는 한눈에 파악하기가 어렵습니다. 화가난 불독을 연상케하는 전조등이 주는 이미지가 워낙 강하기 때문에 다른 변화가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군요. 전면의 가장 큰 변화는 중앙부 그릴입니다. 기존 격자형태의 그릴은 볼륨감 있는 일자형 그릴로 바뀌었습니다.

이전 격자무늬 그릴은 강한 인상의 전조등과 결합해 과도한 감이 있었는데, 일자형 그릴은 강한 인상을 어느정도 중화 시켜주는 군요.

독특한 형태의 전조등은 누구나 한번 보면 잊지 못하는 인상을 만들게 됩니다. 이 때문에 FX에 열광하는 사람도 있고, 반면 극도로 꺼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남성적인 성향이 강한 사람일수록 FX 시리즈에 매력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후면은 하단 부의 안개등을 제외하면 크게 달라진 부분은 없습니다. 후미등의 LED도 커다란 원형을 일렬로 늘어놓아 뒤에서도 강인한 인상을 풍기고 있습니다. 트렁크 부분은 유선형으로 되어 있어 트렁크 활용도는 좋지 못한 편입니다. EX에 비하면 넓어졌지만 동급 차량에 비하면 여전히 부족함이 느껴집니다.

어떻게 보면 FX 시리즈는 디젤 라인업이 보다 빨리 추가 됐어야 했습니다. 사실 FX 시리즈는 35로도 충분한 출력을 내주기 때문에 가솔린 모델 1개와 디젤 모델 1개로 선택권을 주는 것이 판매량에 더 기여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인피니티 입장에서는 238마력에 56,1kg.m 토크를 발휘하는 차량이라면 리터당 10.2km라는 연비에 만족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가솔린 모델에 비해 상대적으로 진동과 소음을 감수해야하는 디젤을 선택해야하는 고객 입장에서는 10.2km/l 연비는 여전히 아쉬운 부분입니다.
 특히 비슷한 가격대의 폭스바겐 투아렉 30 Tdi 모델이 중량은 200kg 더 무거운데도 불구하고 연비는 11.6km/l를 내는 것을 보면 연비 부문은 앞으로도 개선해야할 여지가 있습니다.

엔진룸은 정말 깔끔하게 잘 만들어 놨군요. 진동이나 소음은 V6라서 크지 않지만 정차시에는 역시 어느정도 감수해야 합니다.

실내는 8인치 아이나비 내비게이션이 추가되고, 우드가 적용된 중앙부, 아이팟과 USB를 지원하는 입력단자가 추가됐습니다.

3포크 방식 스티어링 휠과 패들쉬프트가 적용된 것은 다행입니다.

실내 재질이나 마감은 만족스러운 수준입니다.

최근 컬러 LCD를 적용하는 추세를 감안하면 인피니티 모델도 대시보드를 비롯해 전체적인 내장 구성이 바뀌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신차 출시 주기가 빨라지고 있는 추세를 감안하면 5년전에 출시된 모델과 큰 차이가 없는 내부 구성은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기에는 역부족입니다.

중앙부의 우드 마감은 다분히 일본적이 취향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우드 마감의 품질은 좋은 편이지만 최근 젊은층에게는 전통보다는 옛날 방식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히팅 시트 다이얼 사이에 있던 스노우 버튼(FX35), 서스펜션 버튼(FX50)은 생략돼 있습니다.

키는 다른 인피니티 키와 동일하며 스마트키 기능이 적용돼 있습니다.

USB를 지원하는 것은 참으로 다행인 일입니다. 콤포지트 외부 입력단자를 지원합니다.

8인치 디스플레이는 고해상도로 바뀌었습니다. 전체적인 구성은 기존 인피니티 모델들과 동일합니다. 버튼들이 좀 작아서 적응하는데 시간이 필요합니다. 아쉽게도 LCD로 차량 전후좌우를 볼 수 있는 올어라운드 뷰 모니터 기능은 빠져 있습니다.

이 다이얼 방식은 차기 인피니티 차량에서 꼭 바뀌어야 할 부분으로 보입니다. 운전석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고, 십자버튼과 조합으로 되어 있어서 직관성도 떨어집니다. 최근 자동차 업계에서 인터페이스에 대한 부분이 빠르게 바뀌고 있는데 인피니티를 비롯해 일본 자동차 업체들은 이 부분에서 상당히 늦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기존 인피니티 모델들과 같습니다. 선루프 경우 차체에 비해 너무 작게 설정돼 있습니다.

가죽과 우드, 플라스틱, 알루미늄 등 내장에 쓰인 부분을 한번에 볼 수 있습니다. 손잡이 부분은 가죽으로 마감했으며, 바느질도 촘촘하게 잘 되어 있습니다.

전 석 오토 윈도우를 적용했습니다. 버튼 소재나 질감, 작동시켰을 때 감도는 상당히 좋은 편입니다.

운전석과 조수석 파워시트입니다.

1열은 충분한 공간이 확보되어 있으며, 가죽 재질도 만족스러운 수준입니다.

ㅏ쉽게도 2열은 생각만큼 넓은 공간을 제공하지는 않습니다. 성인 3명이 앉기에 충분한 공간이지만 차급을 생각하면 좀 더 넉넉한 공간이 되야 할 것입니다. C필러 부분을 낮춰 디자인적인 측면에서는 날렵하게 만들었지만 실내공간에서는 그만큼 감수해야합니다. 넓은 실내공간을 선호하는 국내 고객들 경우 이 부분에서 상당히 감점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2열 중앙부 바닥은 평평하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 팔걸이 부분으로 대부분 사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럭셔리 SUV의 필수 기능 중 하나인 자동 개폐 버튼이 적용돼 있습니다. 열릴때와 닫힐 때 모두 자동으로 작동합니다.

트렁크의 길이는 만족스럽지만 C필러가 둥글게 처리되어 있어서 전체적인 적재 공간은 생각만큼 크지 않습니다. 특히 차급을 생각할 경우 동급차량에 비해서 트렁크 부문에 대한 만족도는 떨어집니다. 그래도 X6보다는 넓어보이는군요.

다행히 2열은 6:4 비율로 평평하게 접어지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추가로 적재 공간 확보가 가능합니다. 2열은 레버 방식의 자동 접이식 버튼이 적용돼 있으며, 원상태로 복구하는 것도 EX처럼 자동으로 가능합니다. 이부분에 대해서는 인심이 후하군요.

FX30d는 예비 타이어 부문에 보스 우퍼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덕분에 사운드 부문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만족스러운 성능을 내줍니다. 하지만 예비 타이어를 포기하고 리페어 키트가 탑재되어 있습니다.
 리페이키트는 컴프레셔(전동펌프)와 액상패치로 구성돼 있습니다. 타이어가 펑크 났을 경우 리페어키트에 탑재된 컴프레셔를 사용해 임시방편으로 액상패치를 타이어에 주입합니다. 이후 가까운 정비소에 가서 타이어를 수리하는 방식을 씁니다. 
 리페어키트는 무거운 예비타이어를 싣고 다닐 필요 없고, 간단하게? 처리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자동차 업체들에서 확대 적용하고 있지만, 극단적인 상황에서 제 역할을 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의문입니다. 특히 8000만원이나 되는 럭셔리 차량에는 임시타이어가 아닌 기본형 타이어가 들어 있어야 하는 것이 맞을 것 같은데, 리페어키트를 적용한 것은 의외군요.

인피니티 입장에서 FX30d는 이전 모델보다 연비를 30%나 개선한 혁신적인 시도일지는 몰라도, 8130만원이라는 기회비용을 쥐고 있는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여전히 30% 부족합니다. 특히 직접적인 경쟁모델로 꼽히는 폭스바겐 2세대 투아렉 3.0 V6 TDi 경우에는 지난해 출시됐음에도 불구하고 출력과 연비,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에 도달하는 시간까지 FX30d에 앞서 있습니다(심지어는 가격도 투아렉이 40만원 저렴합니다).
 
 오히려 FX30d의 경쟁력은 기존 FX를 후보군에 고객들에게 경제성에 대한 부분을 상쇄시켜 주는 역할을 통해 구매에 대한 확신을 주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기존 FX를 구입하는 고객들은 부차적인 요소보다 독특한 디자인에 매료돼 선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경쟁차종과 직접적인 비교를 하기 보다는 강렬한 디자인과 프리미엄 보스 사운드 시스템, 한국형 내비게이션 추가 등으로 높아진 상품성을 강조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시승기를 통해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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