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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기어 시승기

[PREVIEW] 환골탈태...크라이슬러 '뉴 300C'



금융위기로 파산직전까지 몰린 미국차들의 최근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그동안 미국차는 '기름 많이 먹고, 내구성이 약한 차'라는 이미지가 굳어져 있는데, 최근 포드와 크라이슬러가 선보이는 차는 미국차보다는 유럽차 성격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이는 지난 2009년 피아트와 합병한 크라이슬러, 볼보나 재규어를 물었다가 놓은 포드가 전혀 다른 성격의 자동차 업체와 어쩔 수 없이 합병과 결별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체득한 노하우로 보입니다. 무엇보다 파산의 궁지에까지 몰린 입장에서 환골탈태를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절박함이 미국자동차 업체들을 변신으로 이끈 것 일 것입니다.
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미국시장을 공략했던 1980년대 이전만해도 미국자동차 업체들은 내놓으면 팔리는 호황기를 누렸습니다. 굳이 기술개발을 하지 않아도, 디자인에 신경을 쓰지 않더라도 판매량에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나태한 분위기를 만들었고, 일찌감치 전세계적으로 경쟁력을 상실한 노동력을 노조의 강한 반발로 인해 회사운영에도 변화하지 못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끝이 보이는 길을 뒷일을 생각하지 않고 브레이크 없이 달렸던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미국자동차업체들이 아직 일본이나 우리나라차들의 경쟁력을 따라오기에는 아직 부족하지만, 그래도 최근 공개하는 신차나 앞으로 출시될 차량들을 보면 미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통할만한 상품성을 갖췄습니다. 

무엇보다 최근 미국 자동차 업체들의 변신은 CEO들의 강력한 의지를 통해 구현되고 있습니다. 아무리 잘 짜여진 조직이라고 해도 가장 중요한 결정권을 내리는 역할은 CEO가 합니다. 세세한 회사 운영은 별도로 하더라도 업계 상황에 대해서 잘 파악하고 있고, 향후 변화에 맞춰 큰 그림을 그릴 줄 아는 CEO의 역할은 절대적입니다.

크라이슬러의 경우 피아트 그룹 세르지오 마르치오네 CEO. 포드 경우 앨런 멀랠리 CEO가 최근 변신의 중심에 있습니다.
독특한 점은 이 두 그룹의 CEO들은 자동차 업계와 전혀 다른 영역의 경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세르지오 마르치오네 CEO는 세계 최대 경영, 회계 업체 딜로이트를 거쳐 제약업체 론자그룹 회장을 지낸 뒤에 피아트에 합류했고, 앨런 멀랠리 CEO는 항공엔지니어 출신으로 보잉에서 37년간 근무한 뒤 2007년부터 포드 CEO를 맡았습니다. 앨런 멀랠리 경우 CEO를 맡을 당시 회사가 문을 닫을 지경이었기 때문에 감원과 함께 자동차 업계에서 살아남을지를 처음부터 다시 전략을 수립해 회사를 완전히 바꿔놓은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제 자동차 업체들의 경쟁은 완성차 업체들간의 싸움이 아니라 물류,공급망관리, 정보시스템, 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승부를 겨뤄야 하는 만큼 다양한 경험을 가진 CEO들의 역량이 제대로 발휘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런면에서 크라이슬러 '뉴 300C'는 2009년 피아트의 합병 아래 태어난 최초의 차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통상 신차 개발에 3~6년이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완전히 피아트와 협업 체제로 탄생한 것은 아니지만 상당부분이 피아트그룹의 영향력이 개입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덩치만 큰 미국 럭비선수가 유럽의 인문학을 접해 섬세하게 바뀐 것입니다. 앞으로 출시될 예정인 닷지 시리즈나 다른 크라이슬러 차량도 미국차의 고정관념을 완전히 깨는 모델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돼 자동차 시장이 더 재미있어 질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부터 메르세데스벤츠, 폭스바겐, BMW 등 독일 업체들이 미국 시장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자동차 업계의 메이저리그인 미국시장에서 토종 미국 자동차 업체들과 기존의 영향력을 놓지 않으려는 일본자동차 업체들, 프리미엄 시장을 노리는 독일 업체들, 그리고 신예 현대기아차 등이 올해 격돌을 벌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경쟁 차종으로 꼽을만한 차종과 비교해보면, 각 업체들 대형 세단 수준의 사양을 갖추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인포테인먼트나 선루프 등 각종 편의사양을 고려할 때, 이전 모델보다 확실히 경쟁력이 높아졌습니다.  기존 모델에 비해 동력 성능과 연비 등이 좋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독일 그리고 국내 에쿠스에 비해서도 제원상 성능이 차이가 나고 있습니다. 동력계 부문은 단번에 혁신이 일어나기가 어렵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치더라도, 현재보다 10% 이상 동력계에서 개선이 이뤄져야 경쟁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는 다른 미국차 브랜드도 마찬가지 경우로 이 때문에 아직 완전한 변신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감이 있습니다. 독일과 일본, 현대기아차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100% 를 뛰어넘는 환골탈태의 자세가 필요합니다.





국내 출시되는 크라이슬러 '뉴 300C'는 3.6 가솔린 모델과 3.0 디젤 모델 2개 모델로 출시됩니다.
3.6 가솔린 모델은 크라이슬러의 차세대 DOHC VVT 펜타스타 엔진에 독일 ZF사와 공동 개발한 8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하고 있습니다. 286마력에 36kg.m, 공인연비 9.7km/l, 가격은 5570만원에 중량은 1840kg입니다.  
 3.0 디젤 모델은 6기통 터보 엔진을 탑재하고 있으며, 13.8km/l의 연비를 구현했습니다. 최근 독일 디젤 세단과 비교하면 50% 가량 낮은 수치지만 무게가 2톤(2040kg)에 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나쁘찌 않은 수준입니다.
 239마력에 56kg.m 힘을 발휘하며, 전자식 5단 변속기가 탑재된 것이 아쉽습니다. 가격은 5890만원으로 책정돼 있으나 프로모션을 적극적으로 하는 그동안의 행보를 감안하면 이번 모델로 어느정도 할인과 리스가 함께 이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내에서 300C는 괜찮은 위치를 점유하고 있습니다. 일단 이 가격에 이만한 크기의 수입차를 살 수 있는 것은 300C 뿐입니다.
 전장이 5045mm에 달하는 300C는 에쿠스(5160mm)에 육박하며, 신모델의 인상이 부드러워지기는 했지만 차제가 주는 중량감은 상당합니다.
 이 때문에 가격 부담이 적은 '큰 수입차'를 원하는 고객들에게 300C만한 차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전 시승기에서도 밝힌 바 있듯이 구동계나 편의사양 수준이 동급 차량에 비해 너무 떨어졌기 때문에 이런 것을 감안할 수 있는 사람 또는 크라이슬러에서 간간히 제공했던 파격적인 판매 프로그램이 마음에 들었던 사람이 주로 300C를 구입했습니다. 이 때문에 차급으로 보면 본인보다는 운전기사가 운전해야할 것 같은 차량이지만 대부분 300C는 오너 드러이버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독특한 차이기도 합니다.


크라이슬러코리아측은 신형 300C에 65가지 편의, 안전사양이 적용돼 상품성이 강화됐다고 하고 있는데 대부분 기능들은 이미 경쟁차종에서 제공해오고 있던 부분입니다. 다만 이번 신차에는 8.4인치 대형 LCD를 탑재한 한국형 내비게이션이 적용된 점이 눈에 들어옵니다.


뉴300C에서 제공하는 편의, 안전사양은 경쟁차종에서는 이미 제공하는 기능이지만, 가격으로 따지면 1500만원 이상 저렴하기 때문에 구동계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분이라면 가격대비 만족도는 높은 수준입니다. 무엇보다 2000년 이전 차량으로 보였던 내장은 이번에 싹 바뀐점이 돋보입니다.


19인치 대형휠도 중량감을 높여주는데 한 몫합니다.


뉴 300C 잠재고객은 국산 준대형차 이외에 다른 선택을 원하는 사람 또는 실내공간이 넓은 수입차를 선호하는 분입니다.
한마디로 트렁크에 골프백이 몇개 들어가는지가 차량 선택에 가장 중요한 분, 중형차 수준의 실내공간 이상을 원하는 분들이기 때문에 연령층은 40대~50대가 주류입니다.


하지만 이번 모델부터는 내부가 꽤 세련되어졌기 때문에 이전 300C와 달리 30대층의 유입도 상당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300C 기어노브가 이렇게 세련되어 질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다행히 다임러와 결별 이후에도 윈도 버튼은 이전모델과 같은 형태입니다.


컵홀더의 조명은 포드와 공용으로 하는가 보군요. :)


파노라마 선루프도 이전보다 훨씬 커졌습니다.


실내에서 많은 변화를 준 것이 잠재고객들에게 가장 큰 장점으로 다가갈 것으로 보입니다.


이전의 초록색 계기판은 이렇게 바뀌었습니다. 좀 가벼운 감도 있는 것 같은데 그래도 이전과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입니다.


동급 대비 가장 넓은 실내공간을 제공하는 것은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로 가려면 이보다 두 단계는 아래로 내려야 하니까요.


전체적으로 코발트 블루 조명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내비게이션을 통한 통신, 음성지원은 되지 않습니다.


그릴과 전조등이 바뀐 것이 차의 인상을 완전히 바꿔 놨습니다.
300C는 '영화는 영화다'라는 영화에서 조직폭력배 역할을 맡은 소지섭씨가 타고 나온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 이전 모델은 부리부리한 전조등에 대형 그릴을 적용해 전체적으로 고압적인 인상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신차는 그물망 그릴도 약간 곡선을 준 일자형으로 바뀌었고, 전조등과 후미등도 세련된 모습으로 바뀌었습니다. 
 구동계에 대한 아쉬움이 어느정도 남지만, 전체적으로 국내 소비자들이 좋아할만한 요소가 많습니다.
국산차는 구입하기 싫고, 수입대형차는 너무 비싸다는 생각이 드는 분에게 경쟁자가 없을 정도로 의미가 있는 모델입니다. 
지난해 크라이슬러는 300C 판매량은1000대를 조금 넘은 수준으로, 메르세데스벤츠나 BMW 베스트셀링 모델 1개월 판매대수 수준입니다. 하지만 크라이슬러코리아 측은 이번 더 뉴 300C 상품성이 대폭 개선된 만큼 매달 150대 이상을 판매해, 지난해에 비해 50% 이상 판매를 확대한다는 계획입니다.

하지만 뉴 300C의 문제는 '미국차에 대한 고정관념'을 어떻게 깰 수 있는냐 여부로 보입니다. 대부분의 소비자들(특히 300C를 선호할만한 중장년층)은 미국차에 대해 상당부분 선입견을 가지고 있으며, 이 선입견을 넘어 뉴 300C의 달라진 점을 제대로 알려주는 것이 관건입니다. 물론 그것을 뒷받침해주는 상품성은 기본으로 가지고 있어야겠지요.  

자세한 내용은 시승기를 통해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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