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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기어 시승기

[PREVIEW] 절반의 진화. 렉서스 '올 뉴 RX350'



 한 때 '렉서스'가 수입차의 아이콘이었던 시절이 있습니다. 현재는 그 자리를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3사로 상당부분 옮겨갔지만, 불과 5년 전만해도 렉서스는 수입차 시장을 주도하는 브랜드였습니다. 이후 다른 업체들의 공격적인 마케팅 때문에 세력이 줄어들고 연이어 리콜과 가속페달 문제가 불거지면서 브랜드에 타격을 입었습니다.
 무엇보다 경쟁적으로 신차를 출시했던 경쟁 업체들에 비해 다음 세대 모델 출시가 늦어지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2009년 국내 도요타 브랜드 출범으로 인해 렉서스 브랜드의 판매잠식도 어느정도 진행됐습니다. 

 지난 2년간 CT200h 이외에 연식 변경 모델만 내놓던 도요타는 올해부터 렉서스 브랜드로 새로운 세대 모델들을 출시하며 부활을 선언하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 출시한 스포츠세단인 신형 GS는 고급스럽게 바뀐 내외부 디자인과 주행성능 등으로 호평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반기 볼륨모델인 신형 ES도 출시될 예정이어서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다시한번 '렉서스' 브랜드를 주류로 올려놓는다는 계획입니다. 

이달 렉서스가 출시한 '올뉴 RX'는 기존 2009년 출시된 3세대 RX의 부분 변경 모델입니다. RX는 도요타가 미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출시한 프리미엄 크로스오버차량입니다. 기존까지 험로주행에 맞춰졌던 SUV를 도심과 레저 용으로 모두 사용할 수 있게 만든 새로운 카테고리 모델이었습니다. 1세대 모델은 1998년부터 2003년까지 판매됐으며, 다른 자동차 업체들도 크로스오버 차량 시장으로 끌어들인 모델이기도 합니다.

 렉서스에서는 이번  RX에 '올 뉴'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구동계에서 변화가 없기 때문에 절반의 진화입니다. 전면과 후면 디자인과 내부 디자인의 변화로 이전 모델 대비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엔진과 변속기는 기존 모델과 같습니다. 

 올뉴 RX 350은 277마력, 35.3kg.m 토크를 발휘하는 3.5리터 V6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가 탑재돼 있습니다. 전모델에 액티브 토크 컨트롤 사륜구동 시스템을 채택해 바퀴 속도와 회전각도에 따른 전률과 후륜 토크비를 자동으로 배분합니다. 사실 체감 성능은 이전 모델과 큰 차이가 없는데, 서스펜션이 좀 더 단단하게 세팅되어 있는 것이 오히려 더 큰 변화로 보입니다. 

  RX는 프르미엄 SUV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었기 때문에, 미국 뿐 아니라 국내 정식 출시됐을 때도 수입차 부문에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압구정동에 가면 어디에서나 ES와 RX를 쉽게 볼 수 있을 정도였고, 마치 수입차를 타려면 렉서스를 구입하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질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RX 출시 당시 경쟁 상대가 없었던 이 부문에 독일 업체 뿐 아니라 현대차도 베라크루즈로 대응하면서 동급 차량들이 대폭 늘어났습니다.

RX의 판매량이 국내에서 줄은 이유는 세대교체 시기가 다가오는 것도 있지만, 비슷한 가격에 경쟁다르이 너무 많이 있다는 것이 더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또, 그동안 수입차=고급차 라는 이미지가 수입차 중에도 브랜드에 따라 계층으로 나눠지면서 '렉서스' 브랜드가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한 것도 있겠지요. 

 한국도요타는 RX 판매 확대를 위해 기본형에 해당하는 RX 350 SUPREME은 6550만원, 고급형에 해당하는 EXECUTIVE는 7300만원으로 책정했습니다. 이 가격은 기존 모델 대비 각각 940만원, 590만원 인하된 가격입니다. 최근 국내 자동차 업체들이 신차를 출시하면서 가격을 5~10% 가량 높이는 반면, 수입차 업체들은 신모델의 가격을 낮추고 있습니다. 수입차 가격에 거품이 여전히 존재하지만 자연스럽게 경쟁을 통해 가격이 낮아지는 수입차 상황이 부럽기도 하군요. 어찌되었든 국산차와 수입차 가격이 좁혀드는 것, 수입차 업체간 가격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점은 소비자 측면에서 긍정적인 부분입니다.



올 뉴 RX는 CT200h 이후 바뀌고 있는 렉서스의 새로운 디자인이 적용됐습니다. 외관은 중앙이 안쪽으로 들어가 있는 거대한 그릴이 자리잡고 있으며, 전면 전조등의 데이라잇 LED가 이전 RX와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만들고 있습니다. 휠 디자인도 새롭게 바뀌었는데, 새로운 전면 디자인과 잘 어울립니다. 



RX는 가솔린 모델인 것을 제외하면 국내 소비자들에게 통할만한 충분한 가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소음과 진동면에서 디젤 SUV와 비교가 안될만큼 탁월한 성능을 제공하지만 실제 연비 7~8km는 아무래도 고유가 시대에 걸림돌이 되는 것은 분명합니다. 


RX크기는 4770X1885X1685mm로 일반적인 7인승 SUV크기 입니다.  하지만 5인승 이라서 실내 공간은 상당히 넓게 확보되어 있습니다. 


타이어는 기본형은 18인치, 고급형은 19인치가 장착되어 있습니다. 휠 디자인도 바뀌었습니다. 


 데이라잇 LED는 앞 쪽이 화살촉처럼 날카롭게 올라와 있어서 강인한 인상을 만들고 있습니다. 


후면은 후미등 부분의 LED와 금속 재질을 더 했을 뿐인데 이전 모델과 전체적인 느낌이 확실히 바뀌었습니다. 


RX 국내 출시는 가솔린 모델만 출시되지만, 이후 하이브리드와 성능 개선 모델인 F-스포트 모델이 추가로 출시될 예정입니다. 


 신형 RX에는 고급스러운 내장재가 적용돼 있습니다. 각 버튼의 플라스틱 재질이 무광으로 바뀐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내장에 사용된 가죽과 우레탄, 금속 재질의 소재는 렉서스 분위기를 내기에 충분합니다. 최근 주요 자동차 업체들이 내장재에 인색하게 구는 것을 감안하면 부분변경 모델이지만 만족스러운 수준입니다. 


부분변경 모델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이전 모델과 전혀 바뀌지 않은 부분도 있습니다. 손잡이와 문 안쪽, 센터페시아 부분은 그대로 입니다. 


운전대는 GS와 CT200h와 동일합니다. 운전대만 바뀌었는데도 상당한 변화로 보입니다. 


기본적으로 프리미엄 차량에 필요한 옵션들은 대부분 적용돼 있습니다. 트렁크 자동 계폐, 텔레스코픽, 운전대 열선까지 적용돼 있습니다. 


센터페시아에는 GS와 CT200h에 탑재된 2세대 리모트 컨트롤이 탑재돼 있습니다. 이 때문에 운전석과 조수석은 리모트 컨트롤이 위치해 있으며 대신 하단에 간단한 물건들을 놔둘 수 있는 수납함이 있습니다.  


변속기 레버는 전면에 부착되어 있는데 리모트 터치 컨트롤이 일반적인 변속기 위치에 있어서 전면 실내 공간 중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신형 렉서스 모델에 탑재되고 있는 2세대 리모트 컨트롤입니다.  스틱을 이용해서 인포테인먼트 부문을 조작할 수 있는데, 아우디에 탑재되어 있는 터치패드 등보다 훨씬 편리합니다. 


헤드업디스플레이 조명과 각도를 설정할 수 있는 부분과 운전대 열선 기능을 선택ㅎ라 수있는 부분입니다. 


운전석과 동승석 사이 콘솔박스입니다. 열선과 통풍시트 기능을 설정할 수 있으며, USB와 AUX 도 있습니다. 아래에는 귀중품을 둘 수 있는 숨겨진 수납함이 또 자리잡고 있습니다. 


스마트키는 이전 모델과 동일합니다. 


아틀란 3D 전자지도가 탑재되어 있는 내비게이션 입니다. 어떻게 보면 가장 큰 변화의 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전 악명이 높았던 자체 전자지도를 아틀란 3D로 바꾼 것은 아주 잘한 선택입니다. 


전면 계기판도 렉서스 기본 색상이 하얀색을 기반으로 간단하게 구성돼 있습니다. 


2열 공간도 넓어, 무릎 앞쪽 공간과 머리 위쪽 공간도 충분히 확보되어 있습니다. 


RX가 동급 SUV에 비해서 가장 강점을 가지고 있는 부분은, 바로 소음과 진동입니다. 하이브리드 모델이 따로 있기는 하지만 시동을 걸었는지 잘 느끼지 못할 정도로 조용한 것은 RX가 가지고 있는 큰 장점입니다. 엔진 룸 전체가 흡음재로 잘 마감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엔진 커버를 열어보면 엔진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진동을 흡수하는 흡음재를 볼 수 있습니다. 최근 현대기아차를 비롯해 다른 업체들도 흡음재를 이렇게 적용하고 있지만 몇년전만해도 렉서스 브랜드 차량에 주로 탑재되어 있었습니다. 


2열은 접으면 트렁크와 평평하게 되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많은 양의 짐을 적재할 수 있습니다. 


트렁크 닫기 버튼도 적용되어 있습니다. 여성 운전자에게 특히 편리한 기능입니다.  


2열을 접으면 작은 냉장고나 가구들도 옮길 수 있을 정도의 넓은 공간이 확보되어 있습니다. 


2열 팔걸이입니다. 상당히 고급스러운 재질로 마감되어 있습니다. 


컵홀더와 수납함이 비치되어 있습니다. 


올 뉴 RX의 판매량이 얼마나 될지는 쉽게 알 수 없지만, 렉서스가 노리고 있는 표적시장은 의외로 명확한 편입니다. 
세련되고 편안한 도심 주행 중심의 SUV, 연비는 좋지만 덜덜거리는 디젤 엔진 SUV가 아닌 조용하고 물위에 미끄러지듯 자연스럽게 주행하는 SUV를 원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RX는 남성보다는 여성, 적극적인 주행성능보다 섬세한 마감과 정숙성에 무게를 두는 오너들에게 적합합니다. 이 때문에 이전모델들도 큰 차체에도 불구하고 여성 운전자들에게 호평을 받아 왔습니다. 

 가격을 최대 950만원 가량 내렸지만 실제 국내에서 판매되는 RX 가격은 사양에 따라 수백만원에서 1000만원까지 할인되어 판매되어 왔습니다. 가격이 인하됐기 보다는 이전 렉서스 모델들의 가격이 너무 높게 책저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는 독일 등 다른 수입차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때문에 950만원 가격 인하는 크게 와닿지 않습니다. 소비자가격이 실제 판매가격에 맞춰서 설정됐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6550만원이라는 가격은 여전히 높지만, 엔고를 감안하면 한국토요타가 RX 가격 설정에 얼마나 신경을 썼는지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국내 수입 SUV시장은 이전 렉서스 주가가 최고조에 올랐을 때와 상황이 다릅니다. 6000~7000만원대에 구입할 수 있는 수입 SUV 경쟁차종이 이전에 비해 5배 이상 늘었으며, 경쟁자들의 상품성은 최신 기술을 대거 적용한 모델들 입니다. 6기통 디젤 모델 경우 가솔린 만큼은 아니지만 억제된 진동과 소음에 RX에 비해 두 배 가량 연비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7000만원 가량을 차량 구입에 투자하려고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조금 더 예산을 지출해서 경쟁자들로 쉽게 옮겨갈 수 있습니다. 렉서스에서는  RX경쟁자로 동급 차량을 꼽겠지만, 실 구매자 입장에서는 크기가 좀 더 작거나 큰 SUV나 대형 세단까지 후보군으로 확장됩니다. 
 특히 SUV 부문에서는 인피니티 FX, 포르쉐 카이엔 디젤, 아우디 Q5 거기에 조만간 출시 예정인 메르세데스벤츠 ML 신형 모델도 잠재적인 경쟁자입니다. 이런 치열한 자동차 업계 경쟁 구도에서 RX가 판매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RX가 가지고 있는 장점인 '정숙성'과 '고급스러운 실내'를 중점적으로 부각시켜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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